"...쯧, 또 튀었네" 이미 축시는 되었을 깊은 밤이었다. 눈을 감아도 아씨만 떠오르고, 등잔을 밝혀도 온통 아씨 생각뿐이니 당최 잠에 들 수가 없었다. 붓이라도 놀리면 편해질까 애써 벼루를 가져다 놓았지만 초점없는 눈으로 허공만 응시하며 먹만 갈 뿐이었다. 입꼬리가 파르르 떨려왔다. 어찌 그리 고우실까. "그런 표정을 지으실 줄도 아시고. 내 여태 안죽...
가슴속에서 무엇인가 차갑게 내려앉았다. 커다란 구멍이 나버려 찬바람이 드나들었다. 왜 그때 알아채지 못했을까. 녀석들이 조선에 발을 들인 이유가 무엇인지. "어느 방향으로 갔는지 기억하겠느냐?" "사공을 구하는 얘기를 엿들었습니다. 배를 타러 강쪽으로 가셨을 수도 있습니다" 그녀의 대답이 끝나기도 전에 강변으로 향했다. 평소 그렇게 무서워하던 물이었지만 그...
구름을 손에 쥔 해가 아직은 쌀쌀한 공기의 새벽을 비췄다. 열기 싫은 창문을 열자 가녀린 빛과 쌀쌀한 바람이 동시에 들어왔다. 간밤에 다 타버린 등잔이 원망스러워 바람이 더욱 차게 느껴졌다. 등잔대신 새벽빛을 받으며 먹을 갈았다. 추운 날씨인지라 먹을 가는 손이 파르르 떨려왔다. "해 놓은 장작이 없을텐데...난감하네..." 날씨를 탓하며 먹을 갈고, 붓을...
이 나라의 가장 높은곳에 앉아있다. 나를, 저 가엽기 그지없는 사람들을 밑바닥까지 끌어내려는 저들의 손이, 날 이곳에 앉혔다. 내가 여기 앉아있음에도, 아니 여기 앉았기에 사람들에게 내 손이, 목소리가, 내 눈물이 닿지 않는다. 내가 너무 높아서인가. 저들이 너무 낮은곳에 있어서인가. 이 거리는 만리길을 걸어도 결코 닿을 수 없다. 기분나쁠 정도로 새까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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